< 바람에 일렁이는 헌법재판소 깃발 / 사진=연합뉴스 >
[서울=윤영민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 측이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문형배, 이미선, 정계선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해 탄핵심판 심리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이는 헌재의 재판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 측은 1일 "재판부의 권위와 재판의 공정성은 내부의 주장만으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신뢰를 통해 입증되어야 한다"며 전날 헌재에 이 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해당 재판관들이 정치적 편향성을 지녔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회피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선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에 대해서는 과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SNS 교류 및 민주당 인사들과의 정치적 연계성을 지적했다. 윤 대통령 측은 "문 대행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입장과 정치적 활동 이력이 중립성을 의심케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선 재판관에 대해서는 가족관계를 문제 삼았다. 윤 대통령 측은 "이미선 재판관의 친동생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윤석열 퇴진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며, 배우자는 대장동 의혹과 관련된 권순일 전 대법관과 같은 법무법인에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계선 재판관의 경우, 배우자인 황필규 변호사가 탄핵 촉구 시국선언에 참여한 이력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이사장직이 국회 측 대리인단 대표인 김이수 변호사와의 연관성으로 인해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덧붙였다.윤 대통령 측은 "이미 재판관의 성향에 따라 심리의 속도와 결과가 영향을 받는 사례를 목격했다"며 이들 재판관이 자발적으로 재판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3명의 재판관이 회피하면, 현재 8인 체제인 헌재의 재판관 수는 5명으로 줄어든다. 이는 헌법재판소법 상 결정 정족수인 6인에 미달해, 사실상 탄핵심판의 결론 도출이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해당 재판관들이 재판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헌재는 과거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정계선 재판관 기피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당시 헌재는 "단순한 주관적 의혹만으로는 부족하며, 합리적인 의심이 인정될 만한 객관적인 사유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브리핑에서 "회피 사유는 객관적 사정에 기반해야 한다"며, 재판관 개인의 성향만으로는 회피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정치권과 언론이 재판관의 성향을 획일적으로 단정 지으며 탄핵심판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며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시도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윤 대통령 측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과 관련해,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에 대해서도 법적 흠결을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오후 별도의 입장문에서 "국회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상대로 한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위해 국회 의결을 거친 바 없다"며 "이는 명백한 절차적 흠결"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의장이 국회를 대표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만큼,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으며 국회 의결 절차를 거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헌재는 이 사건에 대한 결정을 오는 3일 선고할 예정이다. 이번 헌재의 판단은 향후 헌법기관 간 권한 분쟁 및 재판관 회피 기준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윤영민 선임기자·부장 / 정치사회부 / e문화뉴스 news@emunwh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