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윤영민선임기자] 고금리와 소비 침체가 맞물리면서 자영업자들이 생존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금융기관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1년 새 40% 이상 급증하며,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현재 30조 원에 달하는 부실 대출이 금융 시장의 시한폭탄으로 떠오르면서 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신용평가기관인 나이스(NICE)평가정보의 '개인사업자 대출 현황'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말 기준 336만 9,000명의 자영업자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금액이 총 1,123조 8,000억 원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처음으로 1,120조 원을 돌파한 수치입니다.
연체율은 더욱 심각한 상황입니다. 3개월 이상 대출금을 연체한 '상환 위험 차주'는 14만 6,000명으로 전년 대비 41.8% 증가했습니다. 이들이 보유한 대출금은 21조 6,000억 원에서 29조 7,000억 원으로 37.5% 급증하여, 30조 원에 가까운 대출이 사실상 회수 불가능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의 채무 구조는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미 빚을 빌릴 만큼 빌려 추가 대출이나 돌려막기가 불가능한 '다중채무자'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3년 3분기 말 기준 다중채무 개인사업자는 172만 명으로, 이는 전체 개인사업 대출자의 51.1%를 차지합니다. 즉, 자영업자 2명 중 1명 이상이 여러 금융기관에 빚을 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들이 보유한 대출잔액은 무려 689조 6,000억 원으로, 이는 전체 자영업자 대출의 61.4%에 달합니다. 다중채무자 중에서도 연체 차주는 9만 7,000명으로 1년 전보다 29.3% 증가했으며, 이들이 보유한 부실 대출은 23조 5,000억 원으로 29.8%나 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채무 구조조정 없이는 사실상 상환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자영업자 대출의 심각성은 한국은행의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2023년 3분기 말 기준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연체율은 2.03%로, 이는 2014년 1분기(2.16%) 이후 10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최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현재 경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이하로 떨어진 상태"라며 "추가경정예산(추경)은 어려운 자영업자를 타깃으로 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대출 만기 연장이나 금리 인하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소비 침체와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보다 근본적인 자영업자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채무 조정과 함께 중장기적인 사업 회생 프로그램이 병행돼야 한다"며, "30조 원 규모의 부실 대출이 금융 시장 전반에 연쇄 충격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금융권의 적극적인 개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자영업자들의 생존과 금융 시장의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해법 마련이 시급한 시점입니다.
윤영민 선임기자·부장 / 정치사회부 / e문화뉴스 news@emunwha.com